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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건강칼럼 : 식욕부진(Anorexia)

김영철 원장

삼성제일의원 원장

 

저자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로 기억된다. 1970년대였던 그 당시에는 먹을 것이 지금처럼 풍족하지 않아 대부분 간식을 집에서 어머니께서 만들어주어 먹곤 했는데 어쩌다가 부모님한테 용돈을 받으면 집 앞의 가게로 달려가 S식품에서 나온 보름달빵과 크림빵을 주저함 없이 사먹었던 기억이 난다.

 

나로서는 그 시절 가장 맛있었던 간식거리였다. 지금도 그 당시를 생각하면 입에 침이 고일 정도니 내가 무척 좋아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최근에 추억의 식품이라며 우리 아이가 빵과 과자 사탕 등이 들어있는 상자를 사가지고 왔는데 그 안에 내가 좋아했던 보름달이 당시의 포장과 비슷하게 만들어져 들어있었다.

 

단 일초의 고민도 없이 비닐포장을 개봉하고 크게 한입 물어 먹어 보았다. 그런데 어릴 때 먹었던 빵 맛이 아니었다.

 

처음엔 요즘같이 재료도 풍부하고 빵 만드는 기술도 많이 발전 했을 텐데 왜 전처럼 그 맛을 못 내지? 하면서 투덜거렸지만 잠시 후 나는 50대 후반인 나의 입맛이 예전과 달라져서 그 때의 맛을 온전히 느끼지 못한다고 스스로 결론을 내렸다.

 

이 것이 맞는 말인 거 같다. 우리의 혀는 짠맛, 신맛, 단맛, 쓴맛, 감칠맛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혀에 분포되어 있는 미뢰(Taste bud)라는 구조물이 있어 가능하며 각각의 미뢰에는 수십에서 수 백 개의 미각세포(Taste cell)가 있어 혀에 닿은 음식물의 화학적 자극을 뇌로 전달하여 맛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개인차는 있으나 한 사람의 혀에는 2000~5000개의 미뢰가 있으며 40대 중반 이후 미뢰에 있는 미각세포가 감소하면서 맛을 전처럼 예민하게 느끼지 못하게 된다.

 

특히 단맛과 짠맛을 덜 느끼게 되고 쓴맛과 신맛을 느끼는 세포는 상대적으로 오래 유지되어 점점 음식을 짜고 달게 먹게 된다고 한다. 어릴 때 당시 70대이신 친할머니께서 왜 이렇게 소태를 씹은 것처럼 입이 쓰냐? 나름 신경 쓰셔서 음식을 장만하신 어머니에게 타박 아닌 음식타박을 하시던 생각이 어렴풋이 난다.

 

나도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의 보름달을 제일 맛있게 먹었던 나의 미각은 다시 돌아오지 못 할거라 생각하니 슬픈 마음도 조금은 드는게 사실이다.

 

식욕(Appetite)은 여러 가지 기전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뇌의 시상하부(Hypothalamus)는 식이 조절에 관여하는 위장관과 기타 조직에서 분비되는 식욕 관련 호르몬 배출과 뇌의 신경전달을 총괄하는 중요한 기관이며 위에서 분비되는 그렐린(Ghrelin)은 공복에 많이 분비되어 식욕을 촉진 시키는 작용을 하고 지방조직에서 분비되는 렙틴(Leptin)은 식후에 포만감을 느끼면 분비되어 식욕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렇게 하여 우리의 몸이 적당한 식욕과 체중을 유지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그 외에 인슐린과 여러 호르몬들이 식욕을 촉진하고 억제하는데 작용을 하고 있다.

 

어쩌면 식욕부진은 나이가 들면서 미각, 후각, 시각 등의 감각이 떨어지고 위장관의 운동능력이 약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식욕부진을 호소하며 병원에 내원하는 환자들 중에는 우울증, 치매 같은 정신적인 문제, 자식들과 떨어져 혼자 사는 독거 문제, 경제적인 문제, 음식을 씹지 못하는 치과적인 문제 등이 다양하게 얽혀 있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이런 경우 각각의 원인에 따라 적당한 처방을 하여 해결하려고 하는데 쉽지 않다. 우울증을 동반한 식욕부진의 경우 Mitazapine(레메론)이 효과가 있으며 실제 임상에서는 트레스탄, 메게이스(Megesterol acetate)등이 식욕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어 처방되고 있다. 저자의 경우 부신피질호르몬제 소량을 단기간 사용하고 장운동 촉진제 등을 함께 처방하여 식욕부진을 개선시킨 환자가 많아 상황에 따라 사용하고 있다.

 

대부분 단기간의 식욕부진, 체중감소와 복통, 구토 등을 동반하지 않은 식욕부진은 일시적이며 걱정할 필요는 없으나 통상 2주 이상의 식욕부진과 체중감소를 동반한 식욕부진은 악성종양, 갑상선 질환, 부신기능저하, 심장, 폐질환 등의 심각한 질환과의 연관성이 있을 수 있어 반드시 병원을 방문하여 원인을 찾아 보기를 바란다.

 

식욕저하를 호소하는 환자분은 대부분이 노인인 경우가 많으며 장기간의 식욕저하는 섭식저하로 이어져 근육량의 감소를 일으키고 그 결과 체중감소가 발생하여 환자의 조기사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가족이나 의료진은 원인이 어떤가를 면밀하게 검사해서 그 결과에 따라 식이 섭취가 도움이 되는 여러 방안을 찾아 함께 해결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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