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북구에 사업장 주소를 둔 중소기업 ㈜그린이엔에스 이숙희(62) 대표. 전력 시스템을 제조하는 정보통신 장비 분야 기술자로 소문나 있다. 실시간 다채널 전력 계측을 통해 전력 측정 방식의 새로운 모델을 개척한 전문가이다. 그는 친환경 재생에너지와 전력 공급 활용 방안을 구상하며, 지구 환경을 살리는 ESG 경영으로 미래 에너지 방향을 제시한다.
<편집자 주>
◇ 골목 기술자로 출발, 유망기업 대표로
이숙희 대표는 결혼 후, 남편의 통신 일을 도우며 어깨 너머로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80년대에는 기계식 전화기가 전자식 전화기로 바뀌는 시기였다. 당시 전화기 주파수는 종종 오류가 생겨 통화 중간에 북한 방송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는 "전화기 방식이 바뀌는 과정에서 오류를 고치는데 통상 1주일 이상 걸리기도 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전화기 제조사와 끈질기게 연락해 남보다 빨리 수리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입소문을 타고 일감이 몰리기 시작했고, 가게의 매출도 나날이 증가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이 대표는 광주 금남로 골목에서 '전파 기술자'로 통했고, 일본의 산요 무선 전화기가 유행할 때도 기기의 원리를 파악해 고장 원인을 빠르게 파악했다. 가게는 어느새 규모있는 사업체로 덩치가 커졌다.
그는 "전화기 시장이 커지자, 통신공사업도 함께 번창하기 시작했다"면서 "사무실 통신기기 교체부터 네트워크 설치공사까지 맡으며 정보통신공사 회사로 규모를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 통신기술 분야 유일한 여성 협력사
국내 수백 개의 KT 협력사 가운데 이 대표는 유일한 여성 협력사 대표다. 처음 정보기술 사업을 시작한 80년대만 해도 여성 기술자가 흔하지 않았다. 그래서 신뢰를 쌓기가 힘들었고, 기술자로 성장하는 데도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 대표는 "여성 기술자가 아닌 기술자로 인정받고 싶었다"며 "당시 남들이 눈뜨지 않은 분야를 찾던 중 전력 계측·시스템을 활용한 전기 장비를 찾게 됐다"고 밝혔다.
2000년대에 들어서며 학계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통신과 전력을 합쳐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분야 사업을 시작했다. ‘스마트 그리드’라는 개념이 정립되기 이전부터 에너지 전력 기술의 발전을 생각한 셈이다.
그는 통신사를 하려면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춰야 한다는 신념으로 대학원에 진학, 박사과정까지 밟았다. 또한 회사 내에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하여 연구원들과 함께 공부하는 삶을 지속해왔다.
이런 노력의 결과 회사는 IT와 에너지를 결합한 강소기업으로 성장했고,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주력 제품인 다채널 AC·DC 전력 계측 장치는 AC채널 19개와 DC채널 3개를 동시다발적으로 모니터링하며 각기 다른 직류와 교류의 전력 상태와 데이터를 운영·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이다.
이 기술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수연구개발 혁신제품으로 지정됐고, 현재 한국전력공사와 여러 기관에 납품 중이다. 그동안 전력계측 장치는 수입 제품을 사용해왔지만, 국내 기술력으로 국산화에 성공했고 해외수출도 준비하고 있다.
◇ 회사명의 '그린'…지구환경 소중함 상징
이 대표는 '지구가 살아야 사람이 산다'는 생각으로 회사를 설립하면서 지구 환경을 상징하는 ‘그린(Green)’을 회사명에 삽입했다. 또한 회사의 성장 목표도 과밀화된 수도권에서도 전기를 직접 만들어 공급·소비할 수 있도록 풍력·수력·태양광 전력 소프트웨어 기술을 지원하는 것으로 정했다.
그는 "현실화된 마이크로 그리드(MG)를 활용하여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만들면 지산지소(지역생산 지역소비)가 가능하다"면서 "현재 전남 나주시에 연구소를 두고, 한국전력공사와 함께 친환경 에너지 전력사업을 논의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뿐만 아니라, 2019년 아프리카 가나 지사를 설립하여 한국동서발전과 함께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CDM 사업에 참여해 탄소배출권도 관리하고 있다. 전력계측 시스템을 활용해 탄소배출 계획에 따라 잘 배출되고 있는지 관리·감독하는 일이다.
지구 환경에 대한 그의 사명감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이슈가 된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발벗고 나서 빛을 발하고 있다.
한편 이 대표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선정하는 '이달의 기능한국인'으로 선정됐다. 19일 오후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포상과 함께 고용노동부 장관 증서를 받았다.
그는 수상 소감을 묻는 질문에 “35년간 기능인으로 한 길을 걸으며 '작지만 강한 회사'를 키워온 노력을 알아줘 감사하다”며 “지구를 살리고, 기후환경에 도움이 된다면 언제 어디서나 앞장서 나서는 기능한국인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기사제공 : 우먼타임스 유진상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