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1.19. 나의 첫 야간 근무날이었다. 새로운 직장에서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설레고 반가운 일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알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출동 명령이 떨어질 때마다 몰려오는 긴장과 불안을 느끼며 여러번의 출동을 마치고 돌아온 때였다.
다행이도 신고 들어온 환자들은 큰 문제없이 병원으로 이송하였고 응급상황이라고 생각될만한 출동은 없는 상태였다.
‘구급출동. 구급출동’ 밤 22시가 조금 넘은 시각 또 한 번의 출동 명령이 떨어졌다. 가슴이 두근두근 떨리면서 출동로를 따라 이동했다. 요구조자의 장소는 연희 인터체인지 주변에서 20대 젊은 남자가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쓰려져 있다는 수보였다. 우리는 급한 마음을 부여잡고 빠르게 출동을 했다.
현장도착하니 20대의 어린 청년이 가슴이 답답한지 가빠른 호흡을 하며 가로등에 기대어 앉아있었다. 임상생활을 하면서 활력징후를 체크하고 환자의 과거력을 묻고 병원에서 습관적으로 반복하고 있는 내 모습이 싫을 때가 있었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그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세삼 깨달게 되었다.
추위에 떨면서 가쁜 숨을 쉬는 청년을 구급차로 옮기고 활력징후를 체크 했다. 혈압 맥박 산소 포화도 모두 정상이었지만 환자는 계속 가슴의 답답함을 호소하였다.
그 순간 마르고 왜소한 체형의 청년을 보면서 기흉일 것 이라고 생각했던 건 아마 병원에서 수없이 보았던 아픈 환자들을 경험한 덕이라고 생각한다. 환자를 앉히고 청진기를 꺼내 폐음을 청진해 보았다. 우측 가슴의 첨부쪽에 폐음이 잘 들리지 않았다. 반대쪽도 청진해 보았다. 좌측과는 확연하게 우측 폐음의 크기가 떨어진 것이 확실했다. “기흉이구나”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심근경색같은 초응급의 상황이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이 놓였다. 비강 케뉼라를 통해 산소를 투여하고 반좌위를 취해주고 가까운 세브란스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했다.
이송하면서 겁에 질려있는 청년을 안정시키고 응급실로 무사히 인계하였다. 밤새 계속된 또 다른 출동들로 파김치가 되어 퇴근한 하루였지만 나의 첫날밤은 새로운 시작과 설레임 두려움이 함께한 복잡하고 보람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