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는 소망과 아름다움이 함께하는 즐겁고 행복한 그림입니다. 여러분들과 이 재미를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10월 29일부터 11월 10일까지 황창배미술관 1층 황카페갤러리에서 민화전시회를 가졌던 이화채색화연구회(회장 박연옥) 회원들의 전시 소감이다.
또한 그림을 전공했지만 삶의 홍수속에서 놓아버렸던 붓을 다시잡고 20여년전의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 모인 이화채색화연구회 회원들이 새롭게 접한 민화라는 세계
꽃다운 시절 친구들을 다시 만나 이야기 꽃을 피우던 그들이 다시한번 꿈을 피워가는 가교가 되어준 민화의 세계는 그림에 대한 애정을 다시 끌어 내며 친구들과의 함께하는 작업속에 더욱 풍요로운 삶을 만들어 준 민화는 단순한 그림이 아닌 조상들의 미적 감각(파격적인 구도, 칼라, 그림에 담겨진 내용 등)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했다고 입을 모았다.
그래서 민화를 통해 민중들의 삶, 소망 등을 느낄 수 있었고, 현대회화라고 봐도 될 작품들이 많아 놀라왔으며 과거가 없는 미래가 없듯이, 우리 선조들의 그림을 알고 연구해서 창작의 즐거움을 계속 이어가는 이화채색화연구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회원들의 의지를 통해 민화 발전의 밑거름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할 수 있었다.
이번에 민화전시회를 개최했던 이화채색화연구회는 故황창배 화백의 제자들이 모여 한국화의 전통을 연구하는 모임으로, 민화를 통해 대중들이 미술과 가까이에서 호흡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한국화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려는 취지로 전시회를 가졌다.
까치호랑이와 화조, 모란, 연꽃, 책거리, 문자도, 산수도, 화병도 등 다양한 민화를 한국화 전공자들이 담담하게 그려낸 소품들로 전시를 구성하여 많은 구민들이 민화를 직접 체험하며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었으며, 컬러링북 형태의 전시도록을 만들어 저렴하게 판매하는 등 민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데 중요한 계기를 만들었다.
이화채색화연구회는 이화여대 동양학과 86학번 동기생들로 구성된 모임으로, 2015년에 서울지역 민화교육원을 설립을 시작으로 2016년 경기인천지역, 2017년 충청지역 민화교육원을 설립하는 등 그 범위를 확장해가고 있다.
또한 2017년 5월 제1회 대한민국 민화아트페어에 참가하였고, 2018년 1월 상반기 민화 책거리 단체특강 6회, 6월 향원재갤러리 개관 초대전, 제2회 대한민국 민화아트페어 참가, 9월 하반기 고려불화 단체특강 6회에 이어 이번 황창배미술관에서 황카페갤러리 초대전을 열었으며, 지난 11월 3일에는 캐나다 토론토 녹미회 초대전에 참가하는 등 그 활동범위를 글로벌하게 넓혀가고 있다.
이화채색화연구회 회원들은 현재 동양화 작가 또는 민화 작가로 활동하면서 미술관이나 문화센터, 주민센터 등에서 민화 프로그램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처럼 이화채색화연구회 회원들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민화를 가르치며 민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있으며 서대문구 관내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어 서대문구의 문화예술 발전에도 많은 기여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전시회를 가졌던 황카페갤러리는 1980년대 서구적 추상미술의 열풍 속에서도 한국인들의 정서를 담은 민화에 관심을 갖고 한국회화의 정체성을 찾고자 일생을 실험과 도전정신으로 한국적 미의식을 쏟아냈던 故황창배 화백을 기념하기 위해 한국화 교수들이 중심이 되어 만든 황창배미술관 1층에 자리잡은 부속 카페갤러리이다.
서대문구에는 이러한 작가들을 후원하고 뒷받침 해주는 미술관이나 문화센터, 그리고 구민들의 다양한 문화와 예술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함께 할 수 있는 공간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서대문구가 한국화와 전통 민화의 요람이자 메카로 발전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한편, 한국에서 민화는 조선후기부터 서민들에 의해 사용되었던 그림들을 주로 칭하는데, 때로 학자들에 의해 겨레화나 민속화, 채색화 등 그려진 내용이나 그리는 방식 혹은 향유계층을 구분하여 새로 명명하려는 시도들이 있어왔으며 1959년 야나기 무네요시라는 일본 학자에 의해 그 가치가 발견되면서 명명된 민화라는 이름이 현재까지도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민화는 조선시대에는 속화라 하여 궁중과 사대부들에 의해 그려지는 그림과 구분되어 왔었고, 일제시대 이후에는 전근대적인 미개한 그림으로 취급되어 한국인의 인식에서 업신여겨졌었다.
이 때문에 한국적인 정서와 미적 감수성을 가장 많이 담고 있는 그림임에도 불구하고 주류 화가들에 의해 그려지지 못하고, 떠돌이 화가들이나 그림에 재주있는 일반인들의 삶의 방편으로 명맥을 유지하여 왔었다.
민화가 학자들에 의해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일본에서 민예운동을 주도한 야나기 무네요시가 <불가사의한 조선의 민화>라는 글을 일본의 <민예>지에 기고한 것에서부터였다. 나아가 하버드대학에서 건축학을 공부하고 한국에 돌아와 민화의 가치를 발견한 한국인 대갈 조자룡 박사에 의해 새롭게 그 가치가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이후 한국적인 미술의 정체성을 회복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이우환, 김호연 등 학자들에 의해 점점 민화가 깊이 있게 연구되었고, 김기창, 권옥연 등 한국의 주류 화가들에 의해서도 수집되고 그려지기 시작하였다.
특히, 1983년 4월 호암미술관에서 민화걸작전이 개최되면서 민화는 대중들에게도 예술작품으로 선을 보이기 시작했고, 이후 점차로 민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져가던 중 박생광, 황창배, 이왈종 등 한국화의 정체성을 찾고자 노력한 현대의 주류 화가들에 의해서도 그 주제나 조형성이 모티브가 된 작품들이 그려지기 시작된 한편 공방에서 삶의 방편으로 모사와 복원을 주로 하며 민화를 제작하던 화가들에게 일반인들이 취미로 민화를 배우면서 아마추어 민화가들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초창기 민화를 배웠던 민화가들은 또다시 취미생들을 가르치며 그 수를 늘려갔고 이에 따라 본격적으로 민화를 가르치는 화실이 생겨나는 분위기에 힘입어 민화 아카데미가 만들어지고, 민화학회나 민화협회, 민화 전문잡지가 생겨났으며, 대학의 평생교육원이나 문화센타 등에서 민화를 배우려는 인구가 급증해 현재 민화관련 인구가 10만을 훨씬 넘는다고 하니 실로 민화의 전성기가 아닐 수 없다.
이들의 수요에 의해 침체되었던 화랑이나 미술계가 다시 살아날 정도라고 하며, 민화관련 학술세미나와 전시, 행사들이 이어지고 있다. 2016년 예술의전당에서 개최된 <조선 궁중화·민화 걸작-문자도·책거리전>의 인기는 세계 순회전으로 이어져 미국 등지에서도 전시됨으로써 외국인들에게 한국 민화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올해 여름 예술의전당에서 개최된 <판타지아 조선 민화전>은 이후에도 연장 순회전시를 거듭하고 있으며, 현대갤러리에서 개최된 <민화, 현대를 만나다> 기획전에도 올여름 무더위를 무색하게 할 만큼 한 달 동안 수많은 관람객이 방문하였다. 그리고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10월 3일부터 12월 23일까지 전시 중인 <조선, 병풍의 나라>라는 대규모 병풍전도 현재 인기몰이에 한창이다.
민화의 전성시대를 맞아 그 동안 민화를 주류로 인정하지 않았던 한국화단에서도 대한민국 미술대전 민화분과를 만들어 시상하고, 몇몇 대학에서는 대학원에 민화학과를 개설하여 품격있는 주류 회화만을 강조하던 회화과에서 민화를 함께 다루는 등 한국의 정서와 서민의식이 담겨진 민화가 천시되던 시대를 지나 대중 속의 주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대학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거나 미술대학을 졸업한 후 민화를 그리는 작가들도 많아질 만큼 한민족 안에서 민화가 가진 에너지는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민화가 우리 민족의 전통문화와 예술로 더욱 발전하며 모든 국민들이 우리의 그림인 민화를 이해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지속적으로 제공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조충길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