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부가 워낙 바른 생활을 하는 것으로 유명했었고 이름만 대면 전국민이 다 아는 톱스타였는데, 지금은 엄마와 자녀들이 각자 공부하기 위해 미국에 유학갔더군요. 그런데 위의 표현을 들었을 때 사실 깜짝 놀랐었지요.
예능프로그램이기에 좀 웃기려고 한 부분도 있을 수 있으며, 자녀를 키우면서 실제로 그런 생각을 했을 수도 있겠지만, 이 표현은 자녀에게 매우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제 중학생과 초등 학생인 두 자녀가 카메라 앞에 있을 때 이 이야기를 하더군요.
심리분야 중 에릭 번이란 심리학자에 의해 만들어진 교류분석이란 분야가 있습니다.
이 분야의 다양한 이론 중 '인생각본'이란 것이 있습니다. 이 이론은 모든 아기 혹은 어린 아이는 그 당시에 자신의 인생에 대한 각본의 기초적인 줄거리를 마련한다고 합니다. 즉 굵직한 뼈대가 될 수 있지요.
그런데 이 뼈대를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각본을 쓰는 것이 아니라 그 때까지 발생한 각종 사건들을 근거로 줄거리를 마련한다고 합니다.
그 사건들이 자신의 생존에 위험을 초래했다면 그 당시에 생존하기 위해 자신이 사용한 방식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당연히 그 방식은 그 상황에 취할 수 있는 본능과 관련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 줄거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부모님입니다. 부모님 혹은 아이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분들의 노력에 의해 좋지 못했던 인생각본의 줄거리가 좋은 쪽으로 바뀌는 경우도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대개의 경우 안 좋은 각본에 더욱 살을 붙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런데 안 좋은 살을 붙이는 방법 중, 부모님이 자녀가 듣는 앞에서 부정적인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하는 것도 크게 한 몫을 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 애는 툭하면 아파요'라고 한다면 그 아이는 '나는 몸이 약해 잘 아픈 아이야'라는 각본내용을 쓰게 되고 이를 더욱 강화하므로 정말로 툭하면 아픈 아이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만약 부모님이 '우리 애는 자기 맘대로 안되면 소리치고 난리를 쳐요'라고 하면 그 아이는 '나는 아무 때나 소리지르는 그런 아이일 뿐이야'라고 받아들이며 이것이 아이의 마음에 각인되어 그대로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앞의 연예인인 부모가 자녀들과 그들의 장래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이론을 적용시키면 자녀는 그 마음 속에 '나는 공부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야'가 각인될 가능성이 높으며 공부 관련해서는 그렇게 마음이 작동하게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경우 공부를 잘하고 싶어도 한편으론 마음 자체가 공부 잘하는 것을 밀어낼 가능성이 커지는 것입니다.
설령 공부분야가 아니라 스포츠분야, 혹은 연기분야라 할 지라도 그 분야에 대한 공부가 필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는 책을 보고 공부를 해야 할 때는 각인된 그 말이 부정적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힘들여 유학까지 같이 가면서 '너희들은 공부와 거리가 먼 것은 분명해'라고 TV앞에서 도장 찍었으니 대단히 자신도 모르게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한 것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일 수 있습니다. 자녀들에게 무엇을 잘 못한다고 자꾸 꾸중하거나 이런 말을 자녀들 앞에서 하는 경우 자녀는 '나는 그런 아이야'란 것이 마음에 들어갈 것입니다. 부모는 시간이 지나면 자녀들이 당연히 까먹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 말이 상처가 되어 아이의 마음에 박히는 것이며 이 상처는 부정적으로 작동하게 되는 것입니다.
위의 이야기처럼 어쩌면 웃자고 한 이야기이자 한편으론 취중진담같은 이 메시지가 자녀들에게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부모는 자신이 그런 말을 한 것조차 잊어버리고 공부 못하는 자녀를 탓하기만 할 수 있음도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