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이은 야간 구급 출동으로 몸과 마음은 지쳐 있었으나, 곧 있을 퇴근시간을 기다리며 직원들과 담소를 나누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업무 마무리를 하고 있는데, 지난달 9일 오전 8시경 낙상으로 다리가 아프다는 구급 출동 벨이 울리었다.
몸은 지쳐 있었지만 신속히 구급차에 올라탔다. 환자 위치는 센터에서 200~300m가량 가까운 거리에 있었고, 출동 중에 단순 낙상으로 다리 통증을 호소하여 근거리에 소재한 병원에 이송을 한다고 하면 퇴근시간에 맞춰 귀소를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작은 희망을 해보며 현장으로 이동하였다.
현장에 도착한 바 환자(70세/여자/고혈압)는 이틀전 언덕길에서 내려오다 넘어져 좌측 무릎 부위가 아프다고 하셨고, 외상은 보이지 않았으나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였다. 부목으로 환부를 고정하고 병원 선정을 위해 환자에게 어느 병원을 생각하시냐고 물어 보니 신촌연세병원 이송을 원하였고, 신촌연세병원으로 이송을 시도 하였다.
이송 중 구급차내에서 생체 징후를 측정하니 혈압이 200/90으로 매우 높아 혈압약을 복용 유․무를 확인해보니, 아직 복용을 하지 않았으며 집에 약을 두고 와서 다시 집으로 가자고 하셨다.
그래서 이송 중 다시 구급차를 집으로 돌려 약을 가지러 갔고, 몇 번에 걸쳐 약을 찾아 다시 병원으로 출발하였다. 이송 중에 환자에게 몇가지 질물을 하였다. “이틀전에 다리를 다치셨는데, 왜 이제 병원으로 가시나요?”라고 질문을 하니 환자는 신고 전날 참사랑 정형외과에 다녀 왔으며 검사상 좌측 십자인대가 파열 되어 수술이 가능한 신촌연세병원으로 가야한다고 하셨다.
신촌연세병원에 도착하여 응급실 직원에게 환자를 인계 하려 하니 환자가 갑자기 이 병원이 아니라 신촌세브란스병원으로 가야한다고 재이송을 요청해 알고 보니 본인이 생각한 병원은 신촌연세대학병원이었고, 병원명을 잘 몰라서 신촌연세병원이라고 말하였다고 하였다.
그래서 다시 환자를 구급차에 태워 신촌세브란스병원 응급실로 출발하였고,
신촌세브란스병원 응급실 입구로 차를 진입하려고 하니, 본인은 금전적 여유가 없어 외래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제 참사랑 정형외과에서 오늘 날짜 오후 1시로 신촌세브란스병원 외래 정형외과로 미리 예약이 되어 있다고 하는 것이었다. 오후 1시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진료가 불가하고, 통증이 심해 빠른 치료를 위해 119를 요청하셨으면 응급실로 내원해야 하는데 무조건 외래로 일단 가자고 “무조건 해주세요” 하는 것이었다.
구급 출동을하여 수혜자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최선을 다하는 것이 당연하나 환자의 입장에 모든 것을 맞추어 틀어 벗어난 구급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는거라 생각되었지만, 모든 환자를 대할 때 자기 가족이라 생각하고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센터장님의 말씀을 다시 한번 생각하며 신촌세브란스 본원(외래)으로 구급차 방향을 돌렸다.
본원으로 구급차가 들어오니 내방객들이 의아한 눈으로 우리를 쳐다 보았지만 할머니를 모시고 1층 접수 창고를 들려 보호자를 대신해 전날 검사한 자료를 창고 직원에게 건내주며 접수를 하고, 2층 정형외과로 이동해 간호사선생님께 할머니를 인계하였다.
할머니께 치료 잘 받고 오시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네니 할머니께선 내손을 잡으시며 정말 자식처럼 잘해줘서 고맙다고 눈물을 흘리며 인사를 하셨다.
출동을 하여 병원까지 도착하면서 무조건 해달라고 하시는 할머니께 속으론 짜증도 조금 났었지만 마지막 할머니의 눈물을 보며 한편으로 죄송스런 마음과 한편으로 싫은 내색 한번 안하고 할머니를 도와 드린 것에 정말 잘했다는 마음이 들었었다. 센터로 귀소를 하고보니 퇴근시간이 1시간 이상 넘게 훌쩍 지난 시각이었지만 보람찬 일을 한거 같아 왠지 모르게 뿌듯하였다. <조충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