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연수원을 수료하자마자 보건복지부 규제개혁법무담당관실에서 사회 첫발을 내디뎠다는 최미연 변호사. 지금은 바이오 제약회사인 ㈜인벤티지랩 사내변호사로 재직 중이다. 헬스케어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보건복지와 관련 다양한 이슈와 수많은 소송을 직접 수행했다고 한다. 따라서 이 분야에선 유명세를 타고 있는 변호사로 알려져 있다. 21일 서울 영등포 관내 한 커피숍에서 그를 만나 파워우먼으로 이름을 알리기까지 겪었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바쁘게 생활했던 과정을 서슴없이 털어놓는 모습에서 특유의 밝고, 쾌활한 성격이 그대로 묻어났다.
보건 복지 분야와 바이오 벤처 제약사의 각종 법률 자문을 해주고 있는 최미연 변호사가 그간 겪었던 소송 문제와 개인사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고 있다. (유진상 대기자)
보건 복지 분야와 바이오 벤처 제약사의 각종 법률 자문을 해주고 있는 최미연 변호사가 그간 겪었던 소송 문제와 개인사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고 있다. -편집자 주-
◇ 변호사 매력적이란 생각에 진로 결정
"처음 보건복지부에서 일했던 것이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큰 도움이 됐다. 야근과 주말에도 자발적으로 근무를 많이 했다. 공공의 영역, 정부기관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것이 적성에 맞았기 때문이다."
변호사로서 정부 부처에서 업무를 시작하게 된 특별한 이유라도 있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답이 부족했다고 생각됐던지 곧바로 부연 설명이 이어졌다. 처음엔 검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변호사 업무가 더 매력적으로 여겨져 진로를 선택했다고 한다.
최 변호사는 "사실 사법연수원 2년 차에 변호사 실무수습 대신 뉴욕에 있는 유엔(UN) 본부 한국대표부에서 일했다. 이때 현지에서 만났던 미국 변호사들이 앞으로 헬스케어 분야가 변호사로 일하기 좋을 거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그래서 헬스케어 분야 변호사가 돼야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엔의 여러 회의에 직접 참석, 세계 리더들의 토론과정을 지켜보면서 생각의 지평을 넓히게 됐다는 것이다. 보건복지와 관련된 일을 하다보니 제도와 법령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졌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보건복지부가 담당하는 영역이 워낙 광범위해서 그 중 한 분야를 좀 더 깊게 아는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한다.
이런 고민을 하던 차, 우연한 기회에 제약업체에서 제안이 들어왔다. 이때도 사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는 생각과 정부기관에서 좀 더 변호사로 커리어를 쌓고 싶다는 생각이 교차해 고민에 빠졌었다.
결국 세분화된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려면 결단이 필요했다. 한편으론 정부기관에 계속 근무하게 되면 변호사로서 감이 떨어질 수 있겠다는 조바심도 들었다. 그래서 제약회사로 가게 됐고, 벌써 3번째인 제약회사 사내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 사내변호사 업무…주로 분쟁시 행정처분 대응
기업의 사내변호사 일은 거의 비슷하다. 계약서 검토, 컴플라이언스 활동, 소송 등 분쟁시 사건관리, 행정처분 대응 등이 주 업무다.
최 변호사는 "다른 산업에 비해 제약회사는 관련 규제가 많아 보다 치밀한 전문성이 요구된다.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의약품을 제조, 판매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령상 규제에 굉장히 민감하고 또 규제를 잘 알고 위법사항 발생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규모가 큰 회사는 변호사를 많이 채용해서 컴플라이언스 팀이나 컴플라이언스 오피서를 따로 두기도 한다. 작은 규모 회사는 대부분 변호사가 컴플라이언스 활동을 같이 하는 경우가 많다.
의약품 역시 타 산업 제품에 비해 유통구조가 복잡하다 보니 이를 잘 이해하는 것도 제약사 사내변호사가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역량이다.
◇ 보건복지 분야 변호사로 일한 지 8년
내년이면 변호사로서 보건 분야에서 일한 지 8년차가 된다. 2020년 이전에는 주로 약사법, 의료법, 국민건강보험법 분야의 일을 했다. 이후에는 보건의료 데이터 분야의 일을 많이 했다.
사실 보건의료 데이터는 개인정보 보호법과 관련돼 있지만, 의료법과 생명윤리법(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도 연관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두 분야를 모두 담당하는 경우가 드물어 아직 전문가도 많지 않은 상황이다고 귀띔했다.
이 분야는 법령 개선 과제도 많아서 흥미로운 주제라고 생각했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으면서 산업구조 자체가 많이 변화되고 있는 터라, 다른 변호사들도 이 분야로 뛰어드는 추세다.
그 동안 이 분야의 연구활동과 기고문 게재, 정부나 공공기관 자문도 하면서 전문지식을 쌓은 게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아울러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한 것 같아 보람도 느낀다.
이러한 노력이 헛되지 않아 2020년에는 ICT 분야 의료정책 유공자로,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이어 최근에는 감염병 예방법과 빅데이터에 관련한 연구와 자문으로 정부 표창도 받았다.
◇ 제약사, 법률자문 통해 상장된 것도 큰 보람
보건복지부에서 2년 근무한 뒤, 제약바이오 업계로 옮겼는데 벌써 6년이 됐다. 처음 몇 년은 일반 제약사에서 사내변호사로 일하면서 법률적인 이슈만 다뤘다. 그러던 중 한번 더 변신을 시도했다.
그는 "지난해 봄, 새로운 도전으로 제약바이오 벤처회사인 ㈜인벤티지랩 전략기획팀 책임자로 자리를 옮겼다"며 "이곳에선 단순히 법률적 이슈뿐만 아니라, 회사 상장에 대한 책임까지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변호사가 제약 벤처 회사에서 전략기획팀 책임자로 일하는 것은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전략기획팀 업무는 회사의 핵심이자, 상장 관련 업무를 총괄하기 때문에 회사 기술력에 대한 깊은 이해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통상 기술사업 계획서는 생화학적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회사의 기술을 가장 잘 아는 최고경영진이나 연구소에서 쓰게 된다. 하지만 이 회사는 최 변호사 소속 팀에서 6개월 간 주도해 작성했다고 한다.
너무 자신을 내세운 것이 부담스러웠던지 "물론 세부적 내용은 실무부서 도움이 컸다"고 정정했다(크게 웃음). 어쨌든 본인을 포함, 3명인 전략기획팀에서 방대한 양의 계획서를 완성했고, 기술평가를 통과하게 됐다고 자랑했다.
기술평가 통과 뒤에는 예비심사청구서를 거래소에 제출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또 다시 많은 양의 예비심사 청구서를 써서 한국거래소에 제출하는 데 몇 주가 걸렸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우여곡절을 끝에 예비심사를 통과해 결국 승인을 받았다"며 "상장 목표를 달성했다는 안도감과 함께 그동안 힘들었던 일이 생각나 승인된 날 저녁 회식자리에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 까다로운 의료 복지분야 제도와 법령 개정
의료나 제약 그리고 보건복지 분야는 이해관계자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따라서 제도나 법령이 바뀌는데 많은 시간과 절차도 복잡하다. 어느 방향으로 정책이 정해져도 이익단체의 의견 충돌로 처음 취지와 크게 달라지기도 한다.
특히 법령 제정이나 개정 문제도 다양한 의견을 절중해 반영하다 보니 이상하게 변질되는 경우도 종종 봤다. 의사 결정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되지만, 법령 내용에 문제가 생기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익단체의 의견이 조율돼 최종안이 만들어지더라도 법령간 충돌될 수 있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쟁점이 무엇이 될지에 대한 최종 검토는 해당 실무를 잘 아는 법률가에 의해 한번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 헬스케어 분야 최고 법조인 되는 게 꿈
(지금까지는 지내온 얘기를 들은 것 같다. 향후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지 물었다.) 그러자 최 변호사는 망설임없이 "보건분야, 흔히 말하는 헬스케어 분야 법령 전문가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헬스케어 변호사' 하면 최미연을 떠올릴 수 있도록 견고하게 자리를 굳히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변호사 개업도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변호사 개업을 하게 된다면 보건분야 분쟁인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뿐만 아니라, 제약사나 병원, 바이오 벤처 기업까지를 아울러 자문을 해주는 전문 변호사가 될 생각"이라며 "약가 소송에서 파기환송 판결을 받아낸 성과도 있고, 이와 관련된 논문으로 석사학위도 받은 만큼 자신감도 있다"고 덧붙였다.
약사법 위반과 관련된 전반적인 사건도 많이 다뤄왔던 터라 이 분야 자문 변호사로 성공할 확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제약 바이오 벤처에 몸담고 있지만 어느 정도 회사 규모가 되면 전문 변호사 조력이 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계약도 많아지고, 컴플라이언스 이슈도 발생할 수 있는데 전문 변호사가 있다면 훨씬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된다는 것. 또한 투자계약의 경우, 회사 입장에서는 불리한 계약으로 체결되는 경우가 많다.
투자자로서는 큰 돈을 투자하기 때문에 여러 조건을 내걸게 된다. 그래도 과도한 조건의 계약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충고했다. 계약 체결 이후 라이선스딜이 이루어지는 중요한 순간에도 변호사를 통한 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여력이 된다면 복지 분야로도 영역을 확장하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이유는 "과거 의사자 지정과 관련, 보건복지부(피고) 대리역할을 했는데 오히려 원고측이 안타깝게 여긴 적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따라서 기회가 되면 "억울한 처지에 놓인 분들을 위한 무료 변론 활동도 활발히 할 생각이다"며 환하게 웃었다.
【최미연 변호사는】
학 력)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연세대학교 연세제약산업 전문가과정 수료,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보건행정법 석사
경 력) 유엔 한국대표부 인턴, 사법연수원 별정직 공무원, 보건복지부 법률자문관, ㈜서울제약 사내변호사, 이니스트 바이오제약㈜ 사내변호사
현 재) ㈜)인벤티지랩 전략기획팀 부장/변호사, 대한의료데이터협회 이사,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법률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
<기사제공 : 우먼타임스 유진상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