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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여성과 산업] ①대한민국 보험산업을 이끈 '보험 설계사'

경제발전과 함께 성장한 보험 산업, 그 중심에는 여성 보험설계사'보험 아줌마'에서 '보험 전문가'가 되기까지

현대산업 발전에 있어 여성의 역할이 지대했음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에 본지는 협력사인 우먼타임스의 여성과 산업이란 주제하에 기획특집으로 연재한 내용을 은평구민들에게 소개한다 -편집자 주-

 

보험(保險).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일정한 돈을 내면서사고를 당했을 때보상을 받는 제도를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보험에 들고 있지만 막상 나에게 맞는 보험을 설계하려면 누구에게 맡겨야 할지 몰라 막막해질 때가 있다. 이때 찾는 것이 보험설계사다.

 

한국의 보험설계사는 전통적으로 ‘여성이 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쉽지 않았던시절수많은 여성들이 보험 산업에 뛰어들어 생계를 위해 고군분투했다. 여성 설계사는 보험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며 사업 성장을 견인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지만 방문 판매 영업 방식 덕에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 한국의 보험 시장 규모는 세계적 수준에 이르렀고 현재 국내 보험 유통업에 종사하는 사람은약 30만 명에 달한다. 보험 산업이발전하는 과정 속에서 보험설계사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주목해 보고자 한다.

 

◇ 한국 보험 산업의 막이 오르다

 

업계에 따르면 광복 전 일본 및 서구 각국이 자국시설과 자국 국민에게 보험을 제공하기 위해 대리점을 겸하면서 시작한 게국내 보험 산업의 시초다. 하지만 일본이 국내 시장을 독점하다시피해보험 산업의 실질적 발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해방 후 혼란한 정세 탓에보험 산업의 성장은 미미했으나1946년 국내 자본에 의한 우리나라 최초의 손해보험사인 신동아 손해보험회사와 최초의 생명보험사인 대한생명보험회사 등이 설립되면서 본격적인 보험의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경영부실로대한생명이 신동아그룹에 매각됐고 이후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대한생명은 구조조정을 당한다. 이 과정에서 공적자금이 투입돼 경영진이 교체되면서 신동아그룹은 해체됐다.

 

2002년에 한화그룹이 대한생명을 인수하고 신동아 손해보험은 한화 계열사에 편입됐다. 2012년 10월대한생명이 한화생명으로 사명을 변경해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이 됐다.

 

최초의 생명보험사인 대한생명의 1960년대 신축사옥.

 

◇ 온실성장시대를 맞이한 국내보험 시장

 

1960년대에 들어경제성장과 함께보험회사들도 발전했다. 특히 국내 보험 산업은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 정부가 경제자본형성에 보험 산업을 활용하고자 했기 때문에 정부의 직간접 지원에 힘입어 비약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

 

당시 정부는 보험 산업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해 일부 부실 생명보험사들을 정리한 후 경제개발을 위한 국내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국민저축조합법을 제정한다. 공무원‧기업체 근로자‧군인‧학생 등이 국민저축조합을 결성하여 일정액을 강제적으로 저축하게 했는데 이때 생명보험회사가 은행과 농업협동조합 등과 함께 저축기관으로 선정된다. 그 결과 단체 보험계약이 전체 생명보험 보유계약의 70%를 넘으면서 보험업이 급격히 성장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 속에 1962년 보험업법이 제정됐고국내 보험 산업의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

 

이후 1964년 산재보험이 도입돼 상시근로자 500인 이상을 고용하는 광업 및 제조업 분야에 적용됐고 1989년에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의료보험이 시행됐다.

 

◇ 무학력‧무경험‧무자본도 시작할 수 있었던 일

 

산업의 흐름이 변화하면서 일자리도 달라졌다. 생산직에서 일하던 여성들이 줄고 사무직이나 판매직에서 근무하는 여성들이 늘어났다.

 

한국 여성 노동시장의 특이점은 20~24세에 일을 하는 여성이 가장 많다가 급격히 줄어든 후 다시 35세 이후부터 40세 전‧후반에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양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결혼과 출산, 양육으로 일을 쉬었다가 어느 정도 아이가 크고 나면 다시 돈을 벌기 위해나오는 것이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제한됐던 배경 속에서 생계를 위해 돈을 벌어야 했던 사람들은 학력이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자본이 없어도, 경험이 부족해도 진입이 가능했던 보험설계사를 선택하게 된다. 실제 2000년 전까지 보험 설계사의 학력 90% 이상이 고졸 이하로 고학력자의 구성비는 높지 않았다.

 

특히 60년대에서 70년대에는 소위 ‘먹고살기 위한’ 생계형 주부 설계사가 대거 보험 유통 시장에 진입했다.

 

보험설계사는 상대적으로 보험 가입에 취약했던 중‧저소득층의 보험 가입을 돕고 동시에 여성이 일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하는 두 가지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90년대 들어보험시장의 규모가 확대되고 외국자본이 본격적으로 진입하면서설계사가 44만 명에 이르렀다. 이후 2000년대에 외국계 회사를 중심으로 남성 보험설계사가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보험사들도 남성 중심의 고학력 설계사들을 육성하고 영입했다.

 

현재 국내 설계사 시장은 고능률 및 고학력 설계사와 기존의 주부 설계사가 양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 발품 팔며 영업하던 시절에서, 서로가 ‘윈윈’하는 관계로출산 후 일자리를 찾아 보험 판매업에 뛰어들어손해보험사에서 25년째 근무하고 있다는 A씨를 만나봤다.

 

A씨는 “처음에는 ‘보험 아줌마’ 하면서 내가 뭐 하는 사람인지도 잘 몰랐어요”라며 서두를 꺼냈다. “‘보험을 든다’라는 개념도 생소하던 시기에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 나가 영업을 했다”며 “한 손에는 박카스를 들고 공단을 돌며 보험의 필요성을 설명했고 관심을 보인 사람들이 하나둘 상품에 가입했다. 그렇게 고객을 늘려나갔다”고 말했다.

 

“밥 먹을 시간도 없었어요. 보험이라는 게 실생활에 참 중요한 건데, 그때는 그걸 모르는 사람이 많았으니까요. 공단 사람들이 점심 먹고 들어오면 그때부터 영업 시작이었어요. ‘보험’이라고 들어보셨냐?음료수 돌리면서 물어보는 거죠.”

 

A씨는당시 힘들게 영업했던 이야기들을 이어 나갔다.당시에는 상품 설명뿐 아니라 계약서도 일일이 수기로 작성해야 했다고 한다.

 

“납입 일이 되면 보험금도 직접 받으러 다녔어요. 쉽지 않은 시작이었지만 고객에게 힘든 상황이 닥쳤을 때 내가추천한 보험으로 도움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설계사로서 뿌듯함과 자부심을 느꼈어요.”

 

A씨는보험에 대한 사람들 인식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고,보험에 가입하기 전 충분히 계약 내용을 알아보는고객이많다고 한다. 그래서만족할 만한 상품을 추천하기 위해 계속 공부를 한다고 한다.

 

보험설계사라는 직업이초창기에는 생계를 위해 시작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시간이 흘러 보험 상품이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면서 점차 전문성이 요구되기 시작했다. 설계사가 고객과 상담하거나 보험을 판매할 때 상품의 적절성을 충분히 고려해 계약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설계사는 좋은 상품을 소개하고, 고객은 자신에게 필요한 보험을 선택하는 윈윈 관계로 변화된 것이다.

 

보험 설계사의 전문성 강조와 소비자의 니즈가 고객지향적서비스로 바뀌면서설계사들의 판매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지인 등을 이용한 인맥 영업에서 벗어나 인터넷 등을통한 네트워크 방식을 활용하거나 기존 고객과의 계약 리스크를 분석해 추가 판매하는 식의 영업이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설계사는 보험 판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함과 동시에 고객과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만족스러운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관리자의 역할을 맡는다.

 

◇보험 산업의 환경 변화와 미래

 

보험 산업은 꾸준히 질적 성장을 모색하며 선진화 단계에 진입하게 된다. 2015년 생명 및 손해보험 수입보험료 시장규모는 1536억 달러로 세계 8위를 차지하며 세계 보험시장의 3.4%를 점유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퇴직연금을 제외한 생명 및 손해보험산업의 성장세는 점차 둔화하는 모습이다.2015년 기준 가구당 보험 가입률은2015년 생명보험 87.2%, 손해보험 91.8%다.

 

최근 코로나로 인한 경제 환경 변화는 보험 산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생명보험의 경우 경기 불확실성 우려로현금 및 예금 금융상품이 크게 증가하며 저축보험이 성장했다.손해보험에서는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로 자동차보험이 반사이익으로 고성장 했으나 일시적현상이라는 게 업계 얘기다.

 

유통시장이 다양해지고 차별화되면서 설계사의 형태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다수를 차지했던 생계형 설계사에서 최근에는 직무가 적성에 맞아 일을 시작하는 독립형 보험설계사가 등장하고남성의 비중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보험설계사들은 코로나19로 비대면 영업해야 하는 상황이 늘면서 데이터 분석과 활용을 통한 다양한영업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보험설계사를 통한 대면 계약이익숙한 우리나라에선 갈 길이 멀다.보험 업계와 보험설계사는 급변하는 환경에 따른새로운 경영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사제공 : 우먼타임스 강푸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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