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 가계의 수입과 지출을 검토하여 흑자가계를 만들도록 도와준다. 구청에서는 주민복지를여러 가지 사업으로 지원하지만 좀더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위하여 금융복지상담사제도를 도입하였다.
저는 금년 8월부터 홍은1동 주민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이 있었다. 어느 늦은 오후에 40대의 젊은 분이 찾아오셨다. 이분은 조금흥분상태로 “이럴수가있느냐, 아무리 내가 가진 것이 없어도 그렇지 너무 무시한다.”고하였다. 그분의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그렇게 나쁜 사람들이 있느냐고 살짝 맞장구를 쳐가며 상담의 실마리를 찾아보려고 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은행대출이 연체되어 워크아웃으로 상환중인 데 담당자가 너무 고압적으로 상환을 독촉한다는 것이었다. 수급비가 매월 20일에 나오는데 꼭 14일에 갚으라고 하면서 날짜가 다가오면 여러 차례 독촉전화를 해대니 스트레스를 받아서 못살겠다고 했다. 그래서 저는 그쪽 기관에 연락을 해서 수급비의 수령일자에 맞추어서 상환일자를 조정해달라고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해보았으나 이분은 탐탁지 않은 눈치였다.
계속 그 기관이 나쁘다고 하면서 그 동안 겪은 서러움으로 깊어진 불신을 토해냈다.
저는 순간 기지를 발휘해 그 기관에 담당자 말고 다른 아는 사람이 있으니 그냥 슬쩍 물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니 반대를 안 하시길래 그 분도 들을 수 있게 스피커폰으로 통화하여 상황을 대강 파악하였다. 그 기관에서 독촉하는 이유는 이 분이 8년 동안의 워크아웃을 몇 번만 더내면 졸업하는데 가끔씩 기일을 놓쳐서 그 동안의 고생이 물거품이 될뻔하여 도와드린다는 생각으로 전화한다는 것이었다.
잠깐의 고심 끝에 그 분에게 상환 기일을 변경해 달라고 요청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더니 펄쩍 뛰면서 절대로 되지 않으니 그럴 필요가 없다면서 담당자와 통화조차 못하게 했다. 밑져야 본전 아니겠느냐 하면서 여러 번 설득하니 그 분은 마지 못해서 그러라고 했다.
그 분의 마음이 변하기 전에 얼른 전화하니 그 기관의 담당자는 그 분에게 채무감면과 기한연장 등 이제까지 여러 편의를 제공하였으므로 더 이상 해줄게 없다고 딱 부러지게 거절하였다.
저는 서대문구청이 주민복지를 위해 금융복지상담사를 주민센터에 배치했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재차 협조를 요청하니 담당자가 이런 전례는 없었다고 하면서 상환 기일을 변경해 주었다.
또한 앞으로는 그 분의 상환의지가 분명하니 더 이상의 독촉도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그 분은 상환 기일이 변경되었다는 말을 듣자너무 좋아하면서 기적이 일어났다고 하였다.
우리 사회를 보면 수 십억이나 수 천억 원의 은행 돈을 빌리고도 뻔뻔하게 갚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수백 만원의 은행 빚도 안 갚으면 큰일 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 분처럼 작은 요구도 쉽게 하지 못하면서 어렵게 살고 있다. 금융기관의 문턱이 높아서 고리대출을 받을 수 밖에 없었고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여 신용불량자로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에게 기적을 만들어 주기 위하여 서대문구청의 주민센터에서 금융복지상담사는 오늘도 달리고 있다.